잘 지은 집인지 아닌지,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요? 마감이 깔끔하고 사진이 멋지게 나오면 잘 지은 집일까요? 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을 먼저 봐요. 벽과 창, 지붕 사이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 모를 작은 틈이요.
집을 짓고 있거나 짓기를 준비하는 분이라면 끝까지 읽어 보세요. 지난여름 양주 현장에서 받은 중간 기밀테스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발견되는 것은 지금 바로 고치면 되기에 오히려 다행이다.
제이엘건축사사무소, jl_architects 「잘 지은 집, 유일한 판단기준 기밀테스트」 편
Chapter 1.
바람이 새는 집에 생기는 두 가지 일
기밀은 집이 공기를 얼마나 잘 가두고 있는지를 말해요. 벽과 창 사이 틈으로 의도하지 않은 공기가 드나들면, 집에는 크게 두 가지 일이 생겨요.
첫 번째는 결로예요. 사람이 쾌적하게 지내려면 실내 온도 20도, 습도 50% 정도가 좋아요. 겨울에도 이 조건을 맞춰 두면, 따뜻하고 습한 실내 공기가 틈에서 바깥의 찬 공기와 만나 물방울이 맺혀요. 이 결로는 보이지 않는 벽 속에서 곰팡이를 만들고, 단열재 성능을 조금씩 떨어뜨려요. 사는 사람의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고요.
두 번째는 열회수환기장치의 성능이 들쭉날쭉해진다는 점이에요. 창문을 모두 열어 두고 환기장치를 튼다고 생각해 보세요. 공기를 얼마나 넣어야 쾌적한지 계산하기 어렵겠죠. 기밀이 일정 수준 아래로 관리되어야, 집의 체적과 사는 사람 수에 맞춰 환기장치가 제 성능을 낼 수 있어요.
기밀테스트를 하면 이런 의도치 않은 공기의 흐름을 찾아낼 수 있어요. 자재의 기밀 성능이 부족한 곳, 시공이 덜 된 곳이 한눈에 드러나죠. 그 부분을 보완하면 틈으로 빠져나가는 열도 함께 줄어요.
Chapter 2.
문을 모두 닫은 한여름의 현장
기밀테스트는 날을 가려요.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테스트를 할 수 없거든요. 바깥바람이 집을 밀어대면 기계가 읽는 압력이 흔들려서 정확한 값을 얻기 어려워요.
그래서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요. 그날이 한여름이라면 사정이 달라지죠. 창과 문을 모두 닫은 채 찜통 같은 실내에서 테스트를 하다 보면 온몸으로 땀이 흘러내려요.

그래도 이날만큼은 꼭 현장에 나가요. 집이 문제없이 지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서요. 설계한 사람이 왜 거기까지 보느냐고 물으실 수도 있어요. 공들여 설계한 집이 잘 지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건 집에 대한 저와의 약속이에요. 그리고 기밀테스트는 잘 지은 집의 명확한 기준이기 때문이에요.
Chapter 3.
집 안 공기를 빼내면 틈이 보여요
테스트의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해요. 예를 들어 볼게요. 빨대로 컵 속 공기를 빨아들이면, 뚜껑의 작은 틈으로 바깥 공기가 따라 들어오죠. 집도 똑같아요.
50Pa는 꽤 가혹한 조건이에요. 실제로 생활할 때 집에 걸리는 압력은 1~4Pa 정도예요. 센 바람을 일부러 걸어 놓고 재는 방식이라, 평소에는 이 값보다 공기가 훨씬 덜 드나들어요.

눈에 보이지 않던 틈이 연기 덕분에 모습을 드러내요. 틈은 주로 창틀 둘레, 벽과 지붕이 만나는 곳, 배관과 전선이 벽을 지나는 자리처럼 서로 다른 재료가 만나는 곳에 생겨요.
Chapter 4.
숫자로 나란히 놓아 보는 집의 기밀
n50 값은 낮을수록 기밀한 집이에요. 다른 집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감이 와요.
| 구분 | n50 (회/h) |
|---|---|
| 한옥 | 약 18 |
| 요즘 신축 아파트 | 약 3 |
| 일반 단독주택 | 1.5~2 |
| 한국패시브건축협회 기준 | 1.0 미만 |
| 독일 패시브하우스 기준 | 0.6 미만 |
일반 주택이 1.5~2회 정도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전열교환기 같은 환기장치를 쓰지 않으니 어느 정도 공기가 새는 편이 오히려 나아요. 환기장치를 쓰는 패시브하우스는 반대로 틈을 꼭 막고, 필요한 공기는 기계로 정확하게 넣어 줘요.
그럼 공기는 얼마나 바꿔 줘야 할까요? 한국패시브건축협회는 한 시간에 0.5회, 하루로 치면 12회 정도를 권해요. 실제로는 사는 사람 수도 함께 따져야 해요. 1인당 한 시간 급기량을 독일은 30CMH, 한국은 25CMH 정도로 보니, 집의 체적과 함께 환기업체와 자세히 상담해 정하시길 권해요.
Chapter 5.
틈을 찾으면 오히려 다행인 이유
제3자 기관에서 테스트를 받는 날은 늘 마음을 졸여요. 문제없이 잘 시공되었길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틈이 있다면 지금 발견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중간 기밀테스트는 벽과 천장을 마감하기 전에 해요. 기밀층이 아직 드러나 있어서, 틈을 찾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테이프를 붙이고 메울 수 있어요. 마감재로 덮은 뒤라면 벽을 뜯어내야 하니 일이 훨씬 커지죠.
테스트는 보통 두 번 해요. 마감 전 중간 테스트, 그리고 공사를 마친 뒤 최종 테스트예요. 최종 테스트 값은 중간보다 조금 높게 나와요. 주방 덕트, 화장실 덕트, 에어컨 배관처럼 생활에 필요한 구멍이 열린 상태에서 재기 때문이에요. 패시브하우스 인증 건물들도 평균적으로 중간 테스트는 0.4회, 최종 테스트는 0.6회 정도 나온다고 해요.


그래서 이 단계에서 발견되는 틈은 반가운 손님이에요. 나중에 크게 번질 문제를 미리 막을 수 있는 기회니까요.
의외의 자리에서 틈이 나오기도 해요. 예전 현장에서는 콘센트에서 공기가 새는 걸 확인했어요. 이런 곳은 콘센트 안쪽에 기밀캡을 끼우면 잡을 수 있어요.

L의 생각
집에 대한 약속, 잘 지은 집의 명확한 기준
중간 기밀테스트는 은근히 마음이 졸여지는 테스트예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잘 지어졌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것 같아요.

결과 화면에서는 숫자와 함께 그래프도 봐요. 압력을 바꿔 가며 잰 값들이 한 줄로 고르게 이어져야 제대로 측정된 거예요.

숫자는 차갑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테이프 한 줄, 틈 하나까지 챙긴 손길이 담겨 있어요. 꼼꼼하게 챙겨 주신 현장소장님 덕분이에요. 설계가 좋은 집의 출발점이라면, 그 설계를 끝까지 지켜 내는 건 현장의 손이더라고요.

집을 짓는 동안 무엇을 믿어야 할지 막막하다면, 기밀테스트 결과를 물어보세요. 틈은 숫자로 정직하게 드러나니까요.
잘 지은 집의 명확한 기준인 기밀테스트를 위한 3가지 준비
- 시공내역서에 중간 기밀테스트 실시가 명기되어 있나요?
- 결과 보고서를 받아 볼 수 있나요?
- 찾아낸 틈을 보수하고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있나요?
세 가지를 미리 챙겨 두면 입주한 뒤에도 마음 편한 집이 될 거예요.
아는 만큼 보이는 집 이야기,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