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조각의 퍼즐로 짓는 화장실, 분리형부터 편백욕조까지

정호진
2026.09.29

집에서 화장실이 늘 가장 마지막에 생각나는 공간이라는 게, 조금 아쉽지 않나요? 하루에도 몇 번씩 들르고, 아침과 밤을 가장 조용히 맞이하는 곳인데 말이에요.

그래서 오늘은 화장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화장실 문을 열 때 마음이 조금 달라질지도 몰라요.

주택의 화장실이 꼭 정해진 모습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머무는 공간의 우선순위를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화장실도 나만을 위한 충분한 휴식과 사색의 공간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제이엘건축사사무소, 「화장실을 다시 생각하다」

Chapter 1.
유럽에서 마주한 화장실, 휴식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우리가 흔히 아는 아파트 화장실은 변기, 세면대, 샤워공간으로 거의 똑같이 나뉘어 있어요. 그리고 늘 집의 부속공간으로만 취급받아 왔죠.

그런데 유럽 출장에서 화장실을 보는데, “정말 휴식의 공간이구나” 싶더라고요. 등에 전율이 흐르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독일 포잉 주택 전시관에서 직접 촬영한 화장실. 세면대와 조명, 창이 어우러져 휴식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출처: 독일 포잉 주택 전시관 직접 촬영
독일 포잉 주택 전시관에서 직접 촬영한 화장실. 세면대와 조명, 창이 어우러져 휴식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출처: 독일 포잉 주택 전시관 직접 촬영
현황
변기, 세면대, 샤워공간으로 획일화된 채 부속공간으로만 취급받아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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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출장 중
“정말 휴식의 공간이구나” 싶은 화장실을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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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전환
진정한 휴식공간이 집이라면, 그 정점에 있는 공간은 화장실이 아닐까요

집이 진짜 쉬는 곳이라면, 그중에서도 가장 내밀한 공간이 화장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화장실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답니다.

Chapter 2.
화장실은 네 개의 퍼즐이에요

화장실을 이루는 공간은 크게 네 가지예요. 배변하는 공간인 변기, 세안하고 손 씻는 공간인 세면대, 샤워하는 공간, 그리고 목욕하는 공간인 욕조예요.

화장실을 이루는 네 가지 공간. 어떻게 분리하고 통합하느냐에 따라 나만의 화장실이 만들어진다. ©제이엘건축사사무소
화장실을 이루는 네 가지 공간. 어떻게 분리하고 통합하느냐에 따라 나만의 화장실이 만들어진다. ©제이엘건축사사무소

재미있는 건, 이 네 조각을 어떻게 분리하고 통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화장실이 된다는 거예요. 나만의 특별한 화장실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죠. 그중에서 저희가 소개하고 싶은 세 가지 구성이 있어요.

유형한 줄 특징
01. 분리형건식 세면대와 공간 분리
02. 독립욕조오브제 같은 고급스러운 감성
03. 편백욕조힐링과 취향의 공간

Chapter 3.
한 번에 여러 사람이 쓸 수 있는 분리형

첫 번째는 분리형이에요. 세면대를 건식공간으로 두고, 변기공간과 샤워공간을 따로 구성하는 방식이에요.

분리형 화장실의 구성. 세면대를 중심으로 변기공간과 샤워공간이 양쪽으로 나뉜다. ©제이엘건축사사무소
분리형 화장실의 구성. 세면대를 중심으로 변기공간과 샤워공간이 양쪽으로 나뉜다. ©제이엘건축사사무소
분리형 화장실. 양주주택 ‘하우스산’
분리형 화장실. 양주주택 ‘하우스산’

이렇게 나누면 좋은 점이 있어요. 한 번에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라는 거예요. 한 분은 샤워를 하고 다른 분은 세수를 해도 서로 부딪히지 않거든요.

세면대를 건식공간으로 빼면, 물기 때문에 마음 쓸 일도 줄어들어요. 변기공간과 샤워공간이 각자의 문 뒤에 있으니 프라이버시도 지켜지고요.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일수록 이 구성이 편하게 느껴지는 이유예요.

아침에 서둘러 준비해야 하는 시간에도, 저녁에 천천히 씻고 싶은 시간에도 각자의 리듬대로 쓸 수 있다는 것. 저는 이게 분리형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분리형 화장실. 아산주택 ‘자유채’
분리형 화장실. 아산주택 ‘자유채’

Chapter 4.
공간의 중심이 되는 독립욕조

두 번째는 독립욕조예요. 욕조를 오브제처럼 공간의 중심에 놓는 방식이에요.

독립욕조 구성. ©제이엘건축사사무소
독립욕조 구성. ©제이엘건축사사무소
독립욕조. 양주주택 ‘하우스산’
독립욕조. 양주주택 ‘하우스산’

오브제처럼 공간의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에, 공간에 여유가 있을 때 만들어지는 고급스러운 감성이 있어요.

욕조가 단순히 씻는 도구가 아니라 공간의 주인공이 되는 거예요.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욕조라는 것만으로도, 화장실이 “쓰는 곳”에서 “머무르고 싶은 곳”으로 바뀌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여유 있는 공간이 있어야 가능한 방식이에요. 그래서 욕조를 놓을지 말지, 어디에 둘지를 정할 때는 다른 공간과의 우선순위를 함께 살펴보시길 추천드려요. 화장실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 보시면, 답이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Chapter 5.
나무 향까지 담는 편백욕조

마지막은 편백욕조예요. 우드의 무드와 편백나무 향에 대한 확실한 니즈가 있을 때 적용하는 방식이에요.

편백욕조 구성. ©제이엘건축사사무소
편백욕조 구성. ©제이엘건축사사무소
편백욕조. 원주주택 ‘첨하헌’
편백욕조. 원주주택 ‘첨하헌’
편백욕조. 충주주택 ‘서정헌’
편백욕조. 충주주택 ‘서정헌’

솔직히 유지관리가 필요해요. 그래도 힐링과 취향이 확실하다면, 저는 강력 추천드려요.

J의 생각
화장실은 기능의 공간이면서, 온전한 휴식의 공간이어야 해요

앞에서 꺼낸 질문을 다시 생각해 볼게요. 화장실은 정말 집의 부속공간일 뿐일까요?

제 생각은 이래요. 화장실은 꼭 필요한 기능을 해내는 곳이면서, 동시에 온전히 쉬어가는 곳이면 좋겠어요. 하루 중 가장 사적인 순간을 보내는 곳이니까, 그만큼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집을 계획하실 때 화장실을 마지막에 남겨두지 말고, 우리 가족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부터 천천히 떠올려 보셨으면 해요.

화장실을 계획할 때는 이 세 가지를 꼭 체크해보세요.

  1. 변기, 세면대, 샤워, 욕조 네 공간을 어떻게 나누고 합칠지 정했는가
  2. 가족이 한꺼번에 쓸 때의 동선을 생각해 보았는가
  3. 유지관리까지 감안해서 나에게 맞는 욕조를 골랐는가

이 세 가지를 차근차근 정리하다 보면, 나만의 휴식 공간이 조금씩 그려질 거예요.

아는 만큼 보이는 집 이야기,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