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향으로 마당까지 넉넉하게 뽑았는데, 정작 뒤쪽 방은 하루 종일 불을 켜야 하는 집이 있어요. 이 방에도 볕이 들 방법, 없을까요? 저는 있다고 생각해요.
직사각형 대지에 실을 배치하다 보면, 앞쪽 방들은 볕을 실컷 받는데 뒤로 갈수록 빛에서 소외되는 방이 생기기 쉬워요. 계단실, 화장실, 다용도실처럼 후면에 놓이는 공간들이 특히 그렇고요.
이번 글에서는 그 뒷방까지 빛을 끌어오기 위해 저희가 즐겨 쓰는 방법, ‘고측창’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Chapter 1.
왜 뒷방은 어두워질까요?
남향 배치, 당연히 좋아요. 그런데 사각형 땅 위에 여러 개의 방을 배치하다 보면 모든 방을 남쪽으로 향하게 할 수는 없어요.
이번 화성 프로젝트도 그랬어요. 건축주님은 ‘어느 방도 소외되지 않는 밝은 집’을 바라셨는데, 계단실이나 화장실, 다용도실처럼 후면에 놓일 수밖에 없는 공간들이 문제였죠. 그대로 두면 하루 종일 조명에 의지해야 하는 방이 될 게 뻔했어요.


Chapter 2.
고측창이 빛을 끌어오는 원리
방법은 지붕에 있었어요. 지붕의 두 경사면을 서로 다른 각도로 만들면,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높은 벽이 생겨요. 저희는 그 벽에 창을 냈어요. 이게 바로 고측창이에요.
벽이 아니라 지붕 가까이, 높은 위치에서 빛이 들어오니까 후면에 있는 방까지 빛이 깊숙이 닿아요. 높아진 공간의 일부는 다락으로도 쓸 수 있었고요.
Chapter 3.
계단실을 타고 안쪽까지
부속실은 보통 후면에 배치되니까 어두워지기 쉬워요. 그래서 계단실에도 고측창으로 빛을 들였어요. 계단실을 타고 내려온 빛이 1층 안쪽 공간까지 이어지도록요.
겨울에 오픈하우스를 했었는데, 이곳에 오신 손님들은 어느 곳이나 빛이 가득한 공간이라 다들 놀라시더라구요. 한 줄기 빛만으로도 방 안이 가득 밝아지는 걸 직접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오는 감동이 있어요.




Chapter 4.
그물침대로 이어지는 빛
지붕 높이차로 생긴 공간을 다르게 활용한 곳도 있어요. 후면쪽 방에 빛을 들이기 위해 한쪽에는 그물침대를 만들었거든요.
그물침대는 아이방과 옆방을 잇는 수직 통로가 되어줘요. 그물 사이사이로 빛이 통과하면서, 이 방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주죠.



Chapter 5.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 욕실에도
예전에 멋진 숙소에 간 적이 있어요. 샤워를 하는데 햇빛 한 줄기가 등 뒤로 흘러들어오더라구요. 꽤나 감동적이었어요. ‘이 빛이 어디서 왔을까, 왜 이렇게 감동을 느꼈지’ 한참 생각에 잠겼었죠.
그때 그 기분을, 저희가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인 안방화장실에서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집에서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이 욕실이잖아요. 이 곳을 위해 고측창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창을 벽쪽에 냈다면, 아무리 멋지고 큰 창이라도 부담이 되었을 거예요.
낮의 뜨거운 해를 막기 위해 고측창의 처마는 길게 빼냈어요. 그래서 아침의 낮은 각도 빛만 벽에 그려지듯 들어와요.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과 딱 맞아떨어지는 빛이죠.



L의 생각
사각형 대지 안에서 어느 방도 소외되지 않길 바랐던 건축주님의 마음을, 저희는 고측창 하나로 풀어냈어요. 벽이 아니라 지붕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에서 빛을 끌어오는 방법이었죠. 그래서 이름도 루체테, ‘밝게 빛나는 집’이라고 지었어요.
뒷방까지 빛이 들어오는 집을 짓고 싶다면, 이 세 가지를 체크해보세요
- 대지 형태와 실 배치를 먼저 살펴보고, 어느 방이 빛에서 소외되는지 짚어볼 것
- 고측창은 처마 길이로 계절과 시간에 따라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할 것
- 벽쪽 창이 부담스러운 공간(욕실처럼)에는 천장 가까운 고측창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
작은 창 하나의 위치가 집 전체의 밝기를 바꿀 수 있어요.
아는 만큼 보이는 집 이야기,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