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는데 머리가 지끈하고, 방 안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졌던 적 있으시죠? 저는 환기장치가 없던 어릴 적, 특히 추운 겨울 아침마다 그랬던 기억이 나요.
창문을 열면 될 텐데 싶지만, 매일 그렇게 하기는 생각보다 어려워요. 오늘은 그 이유와, 집이 스스로 공기를 바꿔 주는 환기장치 이야기를 해볼게요.
공동주택은 시간당 실내 공기 체적의 50% 이상을 환기시킬 수 있는 환기장치를 설치해야 해요.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11조
Chapter 1.
바람이 솔솔 부는 자연환기, 매일 가능할까요
바람이 솔솔 부는 날 맞통풍을 시키면 참 좋아요. 그런데 날씨가 늘 그렇게 도와주지는 않죠.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문을 열면 결로가 생기고 실내 열도 쉽게 나가니까 오래 열어 둘 수가 없어요. 여름에는 무더운 습기 때문에 자연환기를 하기가 어렵고요. 봄에는 미세먼지와 황사가 창문 여는 걸 막아요.

하루로 봐도 마찬가지예요. 밤부터 새벽까지는 춥거나 덥고 습해서 창을 열기 어렵고, 아침부터 낮까지만 환기가 가능해요. 그러다 보니 환기량이 그날그날 들쭉날쭉해지고, 잠에서 깬 아침에 특히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중요한 건 외부 요인과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수준으로 환기가 되는 거예요.
Chapter 2.
밤새 닫힌 방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두통, 학습능률과 집중도 저하, 메스꺼움 같은 영향이 나타나요. 팩트부터 하나씩 확인해 볼게요.
성인 1명만 자도 3,000ppm이 넘어요. 잠든 인원이 늘어나면 더 올라가겠죠. 현실의 집은 기밀성이 좋지 않아서 공기가 새어 나가며 농도가 희석되니 이 정도까지 치솟지는 않겠지만, 방문을 닫고 자는 밤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그래프로 잘 보여요.

Chapter 3.
신축 아파트에 환기장치가 의무인 이유
요즘 신축 아파트에는 환기장치가 의무로 설치돼요. 자연환기의 불확실성을 법으로 채워 주는 거예요. 시간당 전체 체적의 50% 이상을 강제로 환기시켜야 하니까, 2시간이면 실내 공기 100%가 바깥 공기와 뒤섞이는 셈이에요.

Chapter 4.
찬바람은 막고 공기만 바꿔요
그런데 365일 24시간 환기를 하면 겨울에 데운 공기, 여름에 에어컨으로 시원하고 건조하게 만든 공기가 그대로 바깥 공기와 섞여 버려요. 열손실이 상당하겠죠.
그래서 환기장치는 나가는 공기와 들어오는 공기의 열을 교환해요. 온도를 주고받는 걸 현열교환, 습도를 주고받는 걸 잠열교환이라고 하고, 이 둘을 함께 하는 장치를 전열교환기라고 불러요.


Chapter 5.
24시간 돌리면 전기세가 걱정되지 않나요
쾌적한 공기를 위해 들어가는 유지비용을 계산해 봤어요. 50W급 제품을 기준으로 하루 1.2kWh, 한 달이면 36kWh예요. 주택용 누진제 1단계 기준으로 한 달 전기요금은 5,000원 내외이고, 2단계가 적용돼도 8,000원대에 머물러요.

한국패시브건축협회가 공개한 환기장치 실사용자 데이터도 비슷해요.
| 기간 | 월평균 전력 사용량 | 특이사항 |
|---|---|---|
| 8월~11월 | 약 30kWh | 일반적인 팬 가동 위주 |
| 12월~1월 | 약 40kWh | 33% 증가(한파 영향) |
출처: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환기장치 전기사용량 실사용자 데이터
Chapter 6.
환기장치가 있다면 환기창은 필요할까요
저희가 설계한 집의 건축주분들께 피드백을 들어 보면, 1년 동안 한 번도 열지 않은 환기창이 꽤 있어요. 다시 짓는다면 비용도 저렴하고 개방감도 더 큰 고정창을 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사는 분의 생활 패턴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날씨가 좋아서 환기하고 싶은 날에는 창을 열고, 대부분의 날에는 창을 열지 않아도 충분히 환기가 되니까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신다고 해요.
Chapter 7.
패시브하우스의 최소 조건, 기밀과 환기장치
앞서 기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기밀은 목구조든 콘크리트 구조든 모두 중요한 부분이에요. 집은 기밀(방습)층으로 단단히 감싸고, 그 안에서 사람이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도록 환기장치가 공기를 바꿔 줘요. 이산화탄소 농도뿐 아니라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해 성분의 농도도 낮출 수 있고요.

기밀한 집에 24시간 도는 강제환기가 더해지면, 예측 가능하고 쾌적한 환경을 위한 기본 성능이 갖춰져요.

L의 생각
건강과 행복을 위해 짓는 집
이야기를 시작했던 자리로 다시 가 볼게요. 아침마다 답답하던 공기는 창문 탓이 아니라, 매일 일정하게 공기를 바꿔 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건강과 행복을 위해 짓는 집. 가장 필요한 것은 쾌적한 공기를 불어넣어 주는 필수적인 설비부터 챙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쾌적한 실내공기를 위해 체크해야 할 3가지 꿀팁
- 기밀층을 먼저 계획하고, 환기장치를 함께 넣었는가
- 24시간 가동을 전제로 전기요금과 유지관리를 확인했는가
- 열지 않을 환기창 대신 고정창이 더 나은 자리는 없는지 살폈는가
이 세 가지가 갖춰졌다면 보다 건강하고 쾌적한 집이 될 거예요.
아는 만큼 보이는 집 이야기,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